@CallofGuri 님 타로 커미션
🎞️ 엔드롤: 영화 속의 두 사람
미즈키와 클라우드샷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 상영 전
이 영화에는 환상이 개입합니다. 그것이 환상적 연출인지, 정말 환상인지는 앞으로 알아가거나 관객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도시. 도시의 사람들. 사람들은 인정욕과 권력욕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그런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 생존 본능이라기엔 추악한 마음들. 집착에 가까운 병증을 안은 도시 속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 강약조절이 특징입니다. 잔잔하게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오거나, 쫓기고 달려야 하거나, 다른 장면으로 훅 넘어가버리는 식으로요. 인물들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장면이 꽤 있을 겁니다. 에피소드-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그들의 감정은 아주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감각해야해? 디스토피아야? 싶어질 정도로요.
인물의 카드를 보면 미즈키는 반쯤 고정된, 변화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의 고정된 가치관이나 행위를 통해 클라우드샷과 관객의 의식을 뒤흔듭니다. 환상적 연출과 함께하는 이이기도 합니다. 미즈키는 어쩌면 '죽은 사람'입니다. 클라우드샷은 도시 이면의 일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회복하려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가까운 인물이나, 그에게 동화된다면 같은 모험을 겪게 됩니다. 과연 그에게 있어 회복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요.
▶ 상영 중
플레이팅. 보기 좋게 꾸며진 식사의 접시가 계속 나오는 코스 요리. 영화는 호텔 라운지의 코스 요리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클라우드샷. 그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호텔 셰프들의 기싸움도 문제겠지만, 높으신 분들이 지정하는 셰프가 따로 있거든요. 화려한 호텔 식당과 그의 처지가 대조됩니다. 아름다운 플레이팅 하면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는데.
창고에서 분노와 우울, 모든 게 뒤섞인 감정을 삭히던 클라우드샷에게 어떤 직원이 접근합니다. 얼핏 보면 소년인가, 고등학생을 고용했나 싶을 정도로 앳된 자입니다. 아무리 창고에 오갔어도 이런 직원은 처음 보는데... 싶어하는 찰나. 은색 명함에 미즈키라는 세 글자가 비치고, 동시에 그가 말합니다. "괜찮은 자리를 알려줄까?" 손님과 재료가 다 있는데 셰프만 없다며 도와줄 것을 호소합니다. 클라우드샷은 그 조건을 듣고 잠시만, 또는 몇 번만 가는 건 가능하다며 받아들입니다.
수상한 만남이었지만 일이 비는 날 미즈키가 알려준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만드는 클라우드샷. 일은 만족스럽습니다. 미즈키가 주는 재료를 가지고 레시피는 제멋대로 만들기만 하면 서빙도 따로 이루어졌거든요. 손님들이 일품의 요리라며 아주 높은 금액의 팁을 주기도 했습니다. 식당도 번듯하고, 원하는 레시피를 마음껏 요리해볼 수 있고, 심지어는 플레이팅도 맘대로. 미즈키는 이대로 이 식당에서 일해주지 않겠느냐 묻습니다. 확답은 하지 않지만 오픈 주방은 괜찮다며 타협하는 클라우드샷. 거의 매 주말 그렇게 요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의 대화가 어느정도 일관된 주제를 나누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먹혀 마땅한 것도 있는 법이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쪽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셨냐... 그리고 명함은 절대 식당에 남지 않았죠. 처음엔 아는 사람들의 모임인가 하고 넘겼지만 가만히 넘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즈키가 자신에게 중요한 뭔가를 말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클라우드샷은 반쯤 확신을 가지고 미즈키에게 추궁합니다. 뭔가 이상한 재료를 쓰는 건 아니냐고. 미즈키는 드디어 알아줘서 기쁘다는 것처럼 웃습니다. 식사를 하고 싶어졌어? 혹시 재료는 내가 생각하는 그들인가?
지금까지 시각적 연출로 단서가 조금씩 등장했겠지만 미즈키의 입으로 다시 사실을 확인합니다. 미즈키는 사적 복수를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복수가 이루어지고도 그 감정을 잠재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형태의 식사를 권한다고요. 그러니까, 죽임당한 사람을 먹어치우기까지 해서 소화해서 잊어버리는 거야. 그 뒤로는 다들 잘 살아가고 있어. 전 셰프가 이 사실을 알고 도망갔었어. 클라우드샷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보들. 퍼즐이 맞춰지지만 현실감이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복수를 하고, 식인을 했단 말인가.
클라우드샷의 반응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미즈키가 호텔의 선배 셰프들을 잡아달라 해도 괜찮다며 제안합니다. 텃세, 나도 알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클라우드샷은 이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순간 미즈키를 박차고 나옵니다. 여전히 호텔에 출근하면서도 미즈키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불안에 하루하루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내가 복수할 사람은 저 선배들이 아니라 미즈키야. 미즈키의 그 제안 때문에 모든 게 망가졌어... 클라우드샷은 그 사적 복수-분명 살인 청부나 다름없는 일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큰 충격에 미즈키를 죽여야만 이런 일들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클라우드샷은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미즈키를 찾습니다. 미즈키는 클라우드샷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떻게 행동할지 모두 예상했다는 듯 태연합니다. 클라우드샷은 그의 말을 들어봐야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미즈키를 바로 찌릅니다. 쓰러진 미즈키가 과다출혈로 죽는 걸 지켜보려는 듯 올라탄 채로 바라봅니다. 미즈키는 그저 방긋 웃습니다. 바보, 싫다면 그냥 도망갔어야지. 피웅덩이와 창고의 쨍한 조명으로 인한 그림자가 접시처럼 둥근 모양을 이루며 영상은 끝이 납니다.
▶ 상영 후
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 있다면 이 기이한 전제와 복수에서 나오는 인간의 뒤틀린 감정들입니다. 사회적인 뜻이 있다기보다 인간 군상은 이러하다, 말하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냉소적이고 어쩌면 포르노틱합니다. 사람이 직접 살해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그림자나 비슷한 연출로 암시하고, 미즈키와 그 식당의 정체도 영화 곳곳에 단서를 숨겨두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볼 수록 설정이 보이는 영화네요. 하지만 역시 처음 봤을 땐 따라가기 어렵기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여러 번 돌려보거나 단서를 눈치채서 해석을 짜맞추는 리뷰가 다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클라우드샷은 이제 미즈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또는 그런 암시가 아닌가 말하기도 하고, 도시괴담을 의도했나 하고 가볍게 킬링타임 영화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감독이 딱히 작품 외적으로 의도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Q. 영화의 음향은 어떤 느낌일까요?
음향은 의외로 섬찟한 소리보다 산뜻하고 아무렇지 않은 평이한 사운드로 들어가네요... 영상과 대조를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음악이 삽입되어도 그런 평화로운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조리 중에 흘러나온다거나.
Q. 왓챠 별점은 몇 점?
별점은 높은 편이네요!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영상미로 볼만하다는 식의 얘기도 많고, 한 4점... 이렇게는 나오려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일본영화일 것 같음.
🎤 사랑해요연예가중계: 오프 더 레코드
사랑해요연예가중계!
오늘은 신작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미즈키와 클라우드샷 배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미즈키는 굉장히 유명한 배우예요. 밝고 상큼한 이미지가 있어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 연애 드라마, 실사화 영화 등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이번에는 영화에서 미스테리한 소년 역할을 맡는다고!? 하며 미리 영화가 유명세를 탔을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에다 흥미로운 배역이라 생각해서 대본을 보고 거의 바로 수락했었다고 합니다. 즉 평소와는 다른 이미지를 연기했지만, 본인은 꽤 즐겁게 임했을 것 같네요.
클라우드샷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적습니다. 나이에 비해 스타트가 늦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작품에서는 연기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었을 거예요. 영화 주인공 역은 오디션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오직 실력만으로 따낸 자리라는 거죠. 그 능력에 부족함은 없는데, 늦게 배우가 된 과거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인연이 있다면 있지만 역시 구면은 아닙니다. 같은 연극 학교의 선후배인데 너무 나이차가 나서 학교에서 마주칠 수 없는 기수라던가(...) 즉, 동문일 뿐. 미즈키가 후배 쪽이니 클라우드샷의 일화를 들었다거나, 옛 연기 비디오를 봤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촬영장의 에피소드를 보면 감독도, 배우들도 모두 완벽한 씬을 찍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서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솔직히 괜찮아보이긴 하지만 한 번만 더 해볼까요? 그럼 다 끄덕임. 스태프들이 꽤나 고생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코스 요리는 진짜라서 돌아가면서 먹었답니다.
여러모로 소품 배치 같은 숨겨진 단서가 많은 영화였어서, 감독과 스탭들이 미리 위치를 조정하고 배우들이 그것들을 전부 가리지 않게 하는 지정된 씬이 꽤 많았습니다. 미즈키와 클라우드샷 모두에게 그런 섬세한 동작까지 계산한 연기는 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하네요. 크게 불만을 가지기보단 자연스러움에 힘썼습니다.
위와 같은 난관(?)을 제외하면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미즈키와 클라우드샷도 대본 연습을 하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친해져갔을 거예요. 둘만 공감할 수 있는 학창 시절 얘기를 했을지도. 아직은 깊은 속내를 꺼낼 정도로 친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촬영 중의 미즈키는 진지한 배역과 작품은 물론, 씬 하나하나가 어떻게 나올지 머릿속에 그리며 촬영하는 것 모두 처음이었어요. 그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또 잘 해내고자 했습니다. 완벽한 이미지 변신, 사실 예전부터 원했던 걸까요. 촬영 중의 클라우드샷은 그 빡빡한 씬을 어느정도 감으로 맞춰내는 편이었어요. 또 주어진 게 있다는 사실이 차라리 편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감독의 지향이 명확해서 그걸 따라가면 되었거든요. 애드리브를 하는 편도 아닌 것 같네요. 감독이 두 배우가 서로의 배역을 바꿔서 연기해도 재밌었을 것 같다고 했답니다.
만약 두 배우에게 다음에도 같이 연기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면, 둘 다 긍정적으로 대답하네요. 미즈키는 드라마여도 재밌을 것 같다며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리고 촬영 중에 선배님인 걸 알게 됐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할지도 몰라요. 클라우드샷 또한 재밌겠다고 대답하는데, 특정 장르를 원한다기보다 또 호흡을 맞추면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에요.
후일담을 보면 아쉽게도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는 못하지만 사적으로도 연락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네요. 방송국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된다면 영화 팬들에게는 희소식!